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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버스 도심 탐방 여행 (단과대,카페,도보투어)

by 행복kim 2025. 6. 28.

콜롬버스라는 도시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큰 기대가 없었다. 미국 중서부의 한 도시, 오하이오주의 주도라는 설명만으로는 어떤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이 도심을 천천히 걸으며, 현지인들처럼 커피를 마시고, 대학 캠퍼스를 느긋하게 거닐면서 알게 됐다. 콜롬버스는 ‘여행지’라기보다는 ‘머무는 도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하루가 천천히 흘러가는 곳. 이번 글에서는 콜롬버스 도심 한복판에서 체험한 세 가지—오하이오 주립대, 숏노스 거리의 카페들, 그리고 도보로 즐긴 강변 산책까지—차근차근 소개해보려 한다.

1. 단과대 탐방 - OSU에서 만난 대학의 도시

콜롬버스를 관통하는 가장 뚜렷한 아이덴티티는 단연 오하이오 주립대학교(The Ohio State University)다. 캠퍼스는 단순한 교육 시설 그 이상이다. 거의 하나의 독립된 도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광활하고, 그 안에는 도서관, 미술관, 경기장, 커다란 식당과 서점, 심지어는 미니 쇼핑센터까지 있다. 내가 방문한 날은 가을 초입, 캠퍼스는 붉은 벽돌 건물들과 노랗게 물든 나무들로 가득했다. ‘Oval’이라는 광장에는 학생들이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얘기 나누고 있었는데, 그 풍경만으로도 미국 대학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걸음을 옮기다 보면 곳곳에 설치된 공공 예술 작품과 조형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 하나는 ‘사색하는 조각가’라는 작품이었는데, 철제 인체가 웅크려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캠퍼스 투어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도서관이나 미술관은 일반인에게도 일정 시간 개방된다. 한국의 대학 캠퍼스와는 확연히 다른 스케일과 분위기 속에서 ‘젊음’이라는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2. 숏노스에서의 한 잔 - 카페로 읽는 도시 감성

캠퍼스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숏노스(Short North)’라는 예술 지구에 닿는다. 이 지역은 그야말로 콜롬버스의 감성과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거리다. 거리 양옆으로는 감각적인 갤러리, 부티크 숍, 그래피티 벽화가 가득하고, 중간중간 매력적인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카페는 ‘Fox in the Snow’였다. 하얀 벽면과 원목 가구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 속에서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브라우니를 곁들이니 피곤했던 하루가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이곳은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라, 아침을 느긋하게 시작하거나,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테이블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채롭다. 노트북을 켜고 작업하는 프리랜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 혼자 신문을 읽는 노인까지. 그 풍경 자체가 이 도시의 다양성과 여유를 보여준다. 또 다른 추천 카페는 ‘One Line Coffee’다. 이곳은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며, 에스프레소부터 핸드드립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매장 한쪽 벽면은 커피산지와 원두 스토리를 설명하는 자료로 꾸며져 있어, 커피 애호가라면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콜롬버스는 커피를 마시는 도시가 아니라, 커피를 ‘이야기하는 도시’였다.

3. 걷는 여행 - 사이오토 마일과 도시의 숨결

콜롬버스의 또 다른 매력은 걷기 좋은 도시라는 점이다. 대도시처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곳곳에 공원과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어 자연과 도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사이오토 마일(Scioto Mile)’이 있다. 사이오토 강을 따라 조성된 이 산책로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다. 강변을 따라 벤치와 분수,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곳곳에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설치작품이 놓여 있다. 특히 해질 무렵, 도시의 건물들이 강물에 비치는 풍경은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내가 갔을 땐 거리 공연을 하는 현지 밴드의 음악이 들려왔고, 그 앞에서는 커플이 춤을 추고 있었다. 문득, 여행이란 낯선 도시에서 그 도시 사람들처럼 살아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콜럼버스 커먼스(Columbus Commons)’라는 광장이 나온다. 여기는 무료 요가 수업이나 야외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공원 중심에는 푸드트럭과 작은 서점도 있어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콜롬버스는 당신이 놓치기 쉬운 도시일 수 있다. 뉴욕처럼 화려하지도, 샌프란시스코처럼 유명하지도 않지만, 이곳엔 사람 냄새 나는 거리와 미국 일상의 결이 살아 있다. 대학 캠퍼스의 에너지, 로컬 카페의 감성, 도심 속 느린 산책길. 여행자보다 ‘잠시 머무는 사람’이 되면,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다. 화려함 대신 따뜻함을 찾고 싶다면, 다음 여행지는 콜롬버스로 정해보자.